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개월 전. 나는 호기롭게 베를린 마라톤 신청을 했더랬다. 동기가 무엇이었냐. 지난 가을 우연히 프라하 여행을 갔고, 우연히 여행 일자가 프라하 마라톤 날짜와 겹쳐서는 마라톤 뛰는 이들을 보게 된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청년, 장애인, 소년, 소녀 할 것 없이 기쁜 마음으로 뛰고 있는 사람들을 목격해버린 것이다. 정말 멋져보였달까. 프라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또 한동안 마라톤을 잊고 살았다. 그리고 베를린 마라톤이 개최되었다. 하. 베를린 온 동네를 러너들이 달리는데 어찌 보지 않을 수 있었겠나. 나는 또 그들에게 감명을 받아버린 것이다. 그렇게 등록을 했다.
그리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평소 하던 운동량만 유지했다. 에이 당첨이 되겠어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12월. 페이팔 계정에서 205유로가 빠져나갔다는 알림이 떴다. 스캠인 줄 알고 화들짝 놀라서는 어디서 결제가 된 것인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5분 뒤. 아. 마라톤? 그렇다. 나는 참가 자격 추첨에 당첨되었고, 올해 9월 말에 마라톤을 뛰어야한다.
1월.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보통 런닝 머신 10Km/h 속도로 한 시간은 어떻게든 달리니, 쉽지는 않아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 아무래도 조졌다. 난 지금것 단 한 번도 40키로를 내리 달려본 적이 없던 거다. 2시간 뛰어보려니 아주 죽겠다. 앞으로 9개월. 마라톤 훈련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까마득해졌다. 시바 나 어떡하냐 진짜로. 할 수 있는 거 맞나 이거.
마라톤 고수님들. 훈련은 유튜브 보고 열심히 해볼텐데, 굿즈 더 주문해야할 것이 있읍니까? 메달에 음각 새기는 거 주문할까요? (미친 아이야 6시간 안에 들어오고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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