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저녁. 인정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베를린 필하모니 공연 표가 생겼는데 보러 올래? 근데 20분 안에 와야해. 당연히 가겠다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코트를 여며입고 집을 나섰다. 집에서 포츠다머 플라츠까지 딱 20분 걸리니까. 늦어도 2부 공연은 볼 수 있겠다 싶었다. 매표소에서 내 이름으로 맡겨진 표를 받고 홀로 들어가니 이미 공연이 진행 중이었다. 미세하게 흘러나오는 교향곡을 들으면서 인터미션을 기다렸다. 아무 생각 없이. 난 왜 멍하게 있는 게 좋을까. 인터미션이 시작되고 직원들이 문을 열어주었다. 여기하고 손을 흔드는 인정 언니를 발견하고 기쁘게 달려갔다. 오 언니 자리가 아주 좋은 걸. 나도 이렇게 앞자리는 처음이네. 공연은 다시 시작됐고, 아주 즐겁게 음악을 들었다. 그래 이게 베를린 사는 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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