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얼 페인'을 보고 나니 폴란드 여행을 하고 싶다. 정확히 말하면 다크 투어리즘, 홀로코스트 투어겠다. 영화를 본 직후 바로 다음날 버스표를 끊었고 리얼 페인에 등장하는 장소를 정리했다. 혹시나 폴란트 다크 투어를 하려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1. 바르샤바 Warsaw
바르샤바는 폴란드의 수도이자 아름다운 구시가지와 현대적인 건축물이 공존하는 도시다. 동시에 전쟁의 상처와 저항의 역사가 깊이 새겨진 도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도시 전체가 파괴되었던 시련을 겪었으며, 바르샤바 봉기와 유대인 게토 저항과 같은 극적인 사건들이 있었던 곳. 바르샤바 봉기 기념비에서 시작해 바르샤바 게토 영웅 기념비와 폴린 박물관을 지나며 과거의 흔적을 따라가 보자.
1) 바르샤바 봉기 기념비 Warsaw Uprising Monument
이 기념비는 1944년 바르샤바 봉기 Warsaw Uprising 를 기리는 곳이다. 1944년 8월, 폴란드 저항군과 바르샤바 시민들은 독일군을 몰아내고 바르샤바를 해방시키기 위해 봉기했다. 하지만 독일군에게 잔혹하게 진압당하며, 봉기 63일만에 실패로 끝났다. 당시 도시의 85%가 초토화되었으며, 20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학살당했다.
2) 바르샤바 게토 영웅 기념비 Monument to the Ghetto Heroes
1943년 바르샤바 게토 봉기 Warsaw Ghetto Uprising 를 기리는 기념비다. 1940년 나치는 바르샤바의 유대인들을 게토, 즉 강제 거주 지역으로 몰아넣었고, 이후 이 지역에 거주하던 유대인들을 강제수용소로 보내 학살하기 시작했다. 1943년 4월, 게토 지역에 남아 있던 유대인들은 끝까지 저항하기 위해 봉기를 일으켰지만, 결국 나치는 게토를 초토화시키고 수만 명을 학살했다.
* 폴린 유대인 역사 박물관 POLIN Museum of the History of Polish Jews
영화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방문할 가치가 충분한 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폴란드에 정착한 유대인의 1,000년 역사를 다루고 있다. 홀로코스트 전시가 압권. 예전 바르샤바 게토 지역, 바르샤바 게토 영웅 기념비 바로 앞에 위치해있다.
* 파비악 교도소 박물관 Pawiak Prison Museum
나치 독일 점령하에 저항 운동가들이 수감되었던 장소. 우리나라로 치면 서대문 형무소랄까. 폴린 박물관 도보 5분 거리에 있으니 들러보아도 좋겠다.
3) 그쥐보프스키 광장 Grzybowski Square
바르샤바의 중심부에 위치한 장소로, 19세기부터 유대인과 가톨릭 신자들이 함께 거주하며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공존했던 지역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바르샤바 게토의 일부였다.
4) 호텔 빅토리아 Hotel Victoria, 현재 Sofitel Warsaw Victoria
주인공들이 함께 투어할 사람들을 만나고, 옥상에서 대마를 피던 호텔이다. 현재는 고급 호텔이지만, 세계 2차 대전 이후 냉전 시대에는 서방 외교관, 기자, 스파이들이 모이는 곳이었단다. 폴란드 비밀경찰과 KGB가 호텔 방마다 도청 장치를 설치해 서방 인사들의 대화를 엿듣거나,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했다고.
2. 루블린 Lublin
루블린은 중세의 정취를 간직한 도시이지만, 동시에 폴란드 유대인 공동체가 처참히 사라져간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루블린을 걷다보면 유대인 공동체의 흔적과 전쟁의 상흔이 남은 장소들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유럽에서 가장 잘 보존된 강제 수용소 중 하나인 마이다네크 강제수용소가 자리하고 있어, 당시의 참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제 그 역사적 장소들을 알아보자.
1) 그로츠카 게이트 Grodzka Gate
루블린의 구시가지와 유대인 지구를 나누던, 동시에 연결하던 관문.
* 그로츠카 게이트 – NN 극장 Grodzka Gate – NN Theatre
루블린 유대인 공동체의 기억을 되살리는 공간으로, 홀로코스트로 사라진 유대인들의 이름과 그들이 살았던 거리, 집, 삶의 흔적을 찾아 기록하는 전시와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무조건 추천. 혼자 관람은 어렵고 도슨트와 동행해야하며, 적어도 하루 전에 예약해야한다. 도슨트는 영어와 폴란드어로만 제공된다.
2) 루블린 성 Lublin Castle
폴란드 왕국의 요새였던 이 성은 2차 세계대전 동안 나치가 정치범과 유대인을 수용하고 처형하던 장소로 사용되었으며, 전쟁 후에는 공산 정권의 감옥이 되기도 했다. 현재는 박물관과 전망대로 운영되고 있다.
3) 체호프카 강변 벽화 The mural alongside the Czechówka river
홀로코스트 이전 루블린에 살았던 유대인 공동체의 모습을 그린 벽화이다. 이곳은 한때 유대인들이 활발하게 생활하던 지역으로,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기 전 유대인들의 일상을 되새기고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4) 루블린 구 유대인 묘지 Lublin Old Jewish Cemetery
16세기에 설립된 루블린 유대인 공동체의 가장 오래된 묘지로, 폴란드에서 가장 중요한 유대인 묘지 중 하나이다. 많은 랍비와 유대인 지도자들이 이곳에 묻혀 있다. 나치 점령 기간 동안 심각한 훼손을 입었지만, 일부 묘비와 기념비가 복원되었다. * 방문하는 방법이 굉장히 까다로우니 관련 포스팅을 꼭 확인하고 가자!
5) 마이다네크 강제 수용소 Majdanek concentration camp ***
마이다네크 강제 수용소는 나치 독일이 1941년 건설한 폴란드 내 가장 큰 강제 수용소 중 하나로, 유대인, 폴란드인, 러시아 전쟁 포로 등을 학살한 장소이다. 가스실, 화장터, 감옥 막사 등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방문객들에게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직접 목격할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는 박물관과 추모 시설로 운영되며, 당시 희생된 수십만 명을 기리는 장소가 되었다.
* 크라스니스타프 Krasnystaw - 생략
영화 '리얼 페인' 주인공 벤지와 데이비드의 할머니가 살았던 동네. 실제로 '리얼 페인' 감독 제시 아이젠버그의 할머니가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3. 크라쿠프 Kraków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다크 투어를 계획한다면 크라쿠프 근교의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를 빼놓을 수 없다. 유럽 최대의 나치 강제 수용소였던 이곳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끔찍한 비극이 벌어졌던 장소다. 유대인뿐만 아니라 전쟁 포로와 반체제 인사들이 학살당한 현장을 직접 보면, 우리가 왜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지 깊이 깨닫게 된다. 바르샤바, 루블린을 거쳐 크라쿠프까지 이어지는 이 다크 투어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역사적 성찰과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강렬한 경험이 될 것이다.
1)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 Auschwitz concentration camp ***
나치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폴란드 오시비엥침 Oświęcim 지역에 세운 최대 규모의 강제 수용소이자 절멸 수용소. 1940년부터 1945년까지 운영되었으며, 이 곳에서 약 110만 명 이상의 유대인을 비롯해 폴란드인, 집시, 소련 전쟁 포로 등이 학살당했다. 수용소는 아우슈비츠와 비르케나우(대량 학살이 이루어진 주요 시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스실, 화장터, 감옥 막사 등이 보존된 채 남아 있다.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증언하는 역사적 장소로 많은 방문객들이 찾고 있다.
2) 유대인 지구, 카지미에슈 Kazimierz
오랫동안 유대인 공동체의 중심지였던 곳.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유대인들이 강제 이주되면서 쇠락했지만, 현재는 역사와 현대 문화가 어우러진 감성적인 거리로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유대인 회당, 유대인 박물관, 예술적인 카페와 갤러리들이 아기자기하게 자리하고 있다. 힙한 동네.
3) 오스카 쉰들러 팩토리 Oskar Schindler's Enamel Factory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 Oskar Schindler 가 운영했던 공장. 영화 쉰들러 리스트 Schindler’s List 를 보신 분들은 이미 알겠지만, 그는 수많은 유대인 노동자들을 고용해 강제수용소로 끌려가는 것을 막은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재 박물관으로 운영되며, 당시 크라쿠프의 모습과 유대인들의 운명을 조명하는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폴란드 다크 투어리즘 여행을 마친 후 포스팅을 시작하고 있으니 다른 포스팅도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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